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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도쿄올림픽 취소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

출처:일요신문차이나 발표 시간:2021-05-24 13:55:23 조회 수:
2021-05-24 13:55:23

 

 
 도쿄도 신주쿠구에 있는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모습.
▲  도쿄도 신주쿠구에 있는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모습.
ⓒ ANN뉴스캡처

 

   
개막일을 겨우 두 달 남겨놓은 도쿄올림픽의 운명이 기구하다.

당초 예정대였다면 벌써 1년전에 치러졌어야 하지만, 뜻하지 않은 복병 코로나19 때문에 한 해가 미뤄졌다. 1년 지나면 괜찮겠지 했지만, 코로나라는 복병은 그렇게 간단한 상대가 아니었다. 1년 후인 지금 코로나는 오히려 작년보다 더 강해져 도쿄올림픽은 강행이냐, 취소냐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있다.
 
한때 8000명선까지 육박하던 일본 전체 확진자수가 긴급사태선언 발령 이후 5000~6000명 선으로 떨어졌지만, 언제 다시 치고 올라올지 안심할 수 없는 수치다. 게다가 확진자 절반 이상이 변이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이고, 입원이 필요한 중증환자수는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5~16일 실시한 일본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올림픽을 취소(43%)하거나 재차 연기(40%)해야 한다는 의견이 83%나 달했다. 우익들이 점령했다고 하는 일본 최대포털 <야후재팬>조차 올림픽 관련 기사 인기 댓글들은 정부의 대응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한 변호사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올림픽 취소' 청원에는 열흘 남짓만에 무려 40만 가까운 사람들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21일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의 한 지자체장은 "강행했다가 일본이 멸망하는게 아니냐"는 다소 과장된 발언까지 내놨다.
 
해외 언론들은 연일 일본의 코로나 확산 상황과 일본 정부의 무기력을 질타하며 도쿄올림픽 취소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고, 해외 각국 선수단이 감염을 우려해 일본 지자체의 사전 훈련캠프를 취소한 사례가 45곳을 넘는다.
 
아직 개최국인 일본 정부나 개최도시인 도쿄도, 그리고 도쿄올림픽조직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취소'나 '재연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 모습이 무모한 목표를 세워놓고 '진격 앞으로'를 외치는 제국주의 일본 군대와 비슷하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도쿄올림픽을 강행하려 하는 걸까?
 
최근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 사무총장은 '만약에 도쿄올림픽이 취소되는 경우, IOC로부터 배상청구를 받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질문이 늘어나고 있지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짐작이 가지 않는다"고 시치미를 뗐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20일 일본 주간지 <프레지던트 온라인>은 국내외 압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쉽사리 도쿄올림픽을 취소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IOC 계약서 보니... 옛날 서양과 맺었던 불평등조약?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0일 오후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문제 등 현안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0일 오후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문제 등 현안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쿄도가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IOC와 맺은 '개최도시계약'에는 IOC가 대회를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IOC는 전쟁이나 내란, 보이코트, 금수조치 또는 교전, 또는 참가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등에 계약을 해제하고 대회를 취소할 권리가 있다.
 
계약서에는 이어서 도쿄올림픽조직위도 '합리적인 계약 변경을 고려하도록 IOC에 요청할 수 있다'고 돼있어 마치 일본 측도 취소할 수 있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그 뒤에 '계약 변경은 IOC에 대해 악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그 재량은 IOC에게 일임돼있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조직위가 대회 취소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그 결정은 IOC가 한다는 얘기가 된다.
 
다시 말해 대회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경우 취소를 결정하는 모든 권한은 IOC에 있고 개최도시는커녕 조직위에도 권한 자체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일본 정부나 도쿄도, 조직위 등 일본 측은 계약상 올림픽을 취소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합리적이다. 이 잡지는 이 때문에 이 계약을 마치 막부 말기에 일본이 서양 열강과 맺은 '불평등조약'과 같다고 풀이했다.
 
계약에는 또한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의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규정돼있었다.
 
IOC가 만족할 만큼 시정되지 않는 경우 IOC는 개최도시, 조직위 등에 의한 대회의 조직을 즉시 취소하며, 모든 손해배상 및 그 외 이용가능한 권리와 구제를 청구하는 IOC의 권리를 해하지 않고 즉시 계약을 해제하는 권리를 갖는다.
 
이 잡지는 미국 기업간 계약에 밝은 변호사의 분석을 빌려 "이 조항은 IOC가 일본 측에 대해 갖고 있는 손배배상금청구권, 또는 다른 모든 법적 권리 또는 구제권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즉 도쿄도와 일본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을 취소하는 경우, IOC는 일본측에 대해 무한적인 배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을 방문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올림픽의 취소는 오직 IOC만이 할 수 있다.
ⓒ NHK

 

 
실제 손해배상 요구 가능성은 불투명... 결국 문제는 '돈'
 
그러나 계약에 그런 조항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IOC가 손해배상을 요구할 지는 알 수 없다.
 
이 변호사는 계약의 원문을 찾아본 결과, 문안의 톤이 "이상하게 엉성하다"며 "IOC가 실제로 무한책임을 지울 생각이었다면 보다 강권적인 문안을 넣어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IOC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남겨놨지만, 실제로 요구할 가능성은 적지 않을까"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만약 IOC가 일본 측에 엄청난 손해배상을 요구했을 경우, 향후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올림픽을 개최하려고 하는 나라나 도시는 없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보는 해외 언론도 많다.

그러나 IOC가 올림픽을 강행하려고 하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또한 IOC가 손해배상을 반드시 청구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지난 15일 영국의 공영방송 BBC은 "올림픽을 취소할 권한은 개최 도시가 아닌 IOC에 있다"며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 참가자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지 판단하는 것 역시 IOC의 고유 권한"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그러면서 "만에 하나 IOC가 대회를 취소할 경우 막대한 액수의 보험금을 받겠지만, 올림픽 관련 직접투자가 아닌 간접투자에서 나오는 손실은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림픽 강행의 이유를 분석했다.
 
20일자 싱가포르의 <스트레이트 타임즈>는 도쿄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일본 측이 물어야 할 최소배상액으로 방영권료 15억 달러(1조6905억 원)를 들었다. 이 금액은 IOC 총수입의 3/4에 해당한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사정에 의한 취소이므로 IOC가 그리 쉽게 일본 측에 배상을 요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수입 대부분을 잃게 되면 IOC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므로 어떻게든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IOC는 코로나 사태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경기단체, 특히 마이너 종목의 단체들에 주는 배분금 때문에 올림픽을 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IOC 위원장 "올림픽 꿈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어느 정도 희생 치러야"
 
물론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이 모든 걱정과 계산은 할 필요가 없어진다. 하지만 주중 도쿄도의 신규확진자수는 600명 전후. 우리 나라 전체 확진자수와 비슷하다. 일주일 전의 854명보다는 확실히 줄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도쿄의 대규모접종센터는 다른 사람 이름을 넣어도 예약이 될 정도로 엉망이고, 중증자수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오사카는 의료붕괴 직전에, 마라톤이 열리는 홋카이도도 확진자수가 사상 최고치다.
 
이런 가운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2일 낸 성명에서 "도쿄올림픽이 드디어 마지막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며 올림픽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더 나아가 "올림픽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어느 정도의 희생을 치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본 네티즌들은 "올림픽이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열어야 하는 것인가", "지금까지 가장 악질적인 발언이다, 올림픽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람이 죽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인가", "바흐 위원장 자신은 대체 어떤 희생을 치를 것인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경년 기자
원문출처: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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