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줄은 옛말이 됐다. 오전 7시 50분. 국내 유일의 애플스토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애플 가로수길의 문이 열렸다. 5명, 15명의 대기자가 순차적으로 입장하자 매장 앞 대기 줄은 비었다. 지난해 ‘아이폰11’ 시리즈 출시 당시 오전 8시부터 약 70여 명이 줄을 선 것과 대조적인 풍경이다. 당시 ‘아이폰11 프로’ 애플스토어 1호 구매자는 전날 오후 5시부터 가로수길 앞에서 매장 오픈을 밤새 기다렸다. 이날 애플스토어 앞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은 없었다. 오전 6시 4~5명 남짓한 사람이 매장을 찾았을 뿐이다.

아이폰12 출시일 애플스토어
예년처럼 1호 구매자를 향한 화려한 조명도 없었다. 대기 줄보다 많은 취재진들은 당혹스러운 모습으로 매장 앞을 서성였다. 멀리서까지 매장을 찾아 밤새 줄 서 제품을 구매하는 1호 구매자들은 아이폰 출시일 기사의 단골 소재였다. 하지만 이날 오전 현장 구매자 중에는 애플스토어 근처 거주자거나 주변에 볼일이 있어서 들른 사람이 많았다.
‘아이폰12 프로’를 구매한 양준혁 씨(28세)는 “이 주변에 일이 있어서 온 김에 아이폰을 구매하러 왔다”고 말했다. 황 아무개 씨(21세)는 “전날 밤 11시 반에 와서 사전 예약을 한 다음 PC방에서 아침까지 있다가 와서 아이폰12 프로를 받았다”라며 “집에서 가까워서 왔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지역에서 애플스토어를 찾은 김 아무개 씨(28세)는 “사전 예약을 8시로 잡고 시간에 맞춰 나왔다”라고 말했다. 애플스토어를 사전 예약 방식으로 방문할 수 있기 때문에 산 넘고 물 건너 매장 앞에 밤새 줄 선 1호 구매자가 없었던 셈이다.

오전 7시 50분 애플 가로수길의 문이 열렸지만, 대기 줄은 한산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 시대
스마트폰 출시 당일 긴 줄을 늘어선 풍경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원하는 제품을 가장 빨리 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장을 찾았지만, 이제 구매 창구가 매장으로 한정되지 않고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해졌고 사전 예약 등이 진행되기 때문에 굳이 매장을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선착순 경품 행사 등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동통신사에서 제품 출시 행사의 명맥을 이어왔지만, 이마저도 부정적인 여론 탓에 대부분 줄 세우기 대신 사전 선발 형태로 출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아이폰12 프로
그럼에도 별다른 혜택이 없는 애플스토어는 새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붐볐다. 지난 2018년 1월 처음 문을 연 애플 가로수길은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축제의 장이 됐다. 국내 유일의 애플스토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애플스토어의 모습도 달라졌다. 애플스토어는 방문 예약 고객, 온라인 주문 후 매장에서 제품을 찾아가는 고객, 비예약 방문 고객 세 가지 유형으로 고객을 분류해 되도록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유도했다.
이통 3사도 비대면 출시 행사
이동통신 3사도 비대면 방식으로 아이폰12 출시 행사를 열었다. SK텔레콤은 30일 저녁 7시 30분 ‘언택트 아이폰12 런칭 파티’를 연다. 유튜브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MZ세대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제시, 로꼬, 그레이 등 인기 힙합 가수의 공연을 90분 동안 온라인으로 무료로 제공하며, 참여 고객 일부에는 아이폰12, 에어팟 프로 등 경품을 제공한다.
KT는 아이폰12 출시 하루 전인 29일 밤 11시 ‘비대면 라이브 전야제’를 열었다. 유튜브 생중계 방식으로 IT 전문 유튜버 ‘가전주부’와 MC 박권이 진행을 맡아 아이폰12 시리즈와 KT 서비스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시청자 퀴즈를 열었다. 또 사전 예약자 중 선정된 12명에게는 ▲아이패드 프로 ▲애플워치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했다.
LG유플러스는 29일 밤 11시 서울 강남 자사 복합문화공간 ‘일방비일상의틈’에서 출시 행사를 열고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별도 현장 초청 고객 없이 유병재, DPR Live, MZ세대 신입사원, ‘일상비일상의틈’의 시연요원이 아이폰12 프로의 기능을 직접 시연하고 소개하는 방식으로 꾸려졌으며, 그룹 마마무의 화사가 등장해 DPR Live와 클로징 듀엣공연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