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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부모님이 '인 서울' 아들 자취방을 보고 남긴 말

출처:일요신문차이나 발표 시간:2020-12-17 14:28:21 조회 수:
2020-12-17 14:28:21
부동산 기사가 난무하는 요즘 26살 나에게 집이란 무엇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지방에서 상경해 서울에서 3년을 보내고 올해 처음 자취를 시작하기까지의 시간을 돌아보았다.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서 나와 살기 시작한 것은 17살 때부터였다. 고등학교 3년, 재수 1년, 대학교 3년, 그리고 군대에서의 2년까지 포함하면 총 9년의 세월을 기숙사에서 살았다. 게을렀던 시간 없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기회와 성공을 좇아 홀로 '인 서울(in Seoul)'했지만, 서울에 머물기 위한 비용을 가족이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군 제대 후에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게 멋쩍어 간간이 아르바이트하며 장학금도 받았지만 돈을 모을 여유는 없었다. 올해 초 비영리 스타트업에 도전하고자 한 학기를 쉬었다. 휴학생이 된 나는 학교 기숙사를 나와야 했고, 지방 학생을 위한 학사도 알아봤으나 재학생만 입사가 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보증금 500만 원을 부모님께 빌려 학교 근처에 원룸을 구했다. 그렇게 26살의 대학생인 나는 인생 처음으로 자취방을 얻었다.

방 한 칸의 자유
  
 자취방으로 이사한 첫 날. 1년 전의 현장감이 돋보인다.
▲  자취방으로 이사한 첫 날. 1년 전의 현장감이 돋보인다.
ⓒ 윤형

 


비록 방 한 칸이지만 서울에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이 있다는 것은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다. 기숙사를 벗어나 혼자 사는 공간이 생기니 고향 친구가 서울에 놀러 왔을 때 재워줄 수 있었다. 또, 룸메이트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밤늦게까지 통화하거나 이어폰 없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을 수도 있다는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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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에는 학교 수업이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화상회의를 할 일이 많아졌는데 회의를 위해 다른 공간으로 옮기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매일같이 혼자서 끼니를 챙겨 먹는 일, 매달 월세와 공과금을 내는 일, 요일에 맞춰 분리수거하기 등 해야 할 일이 늘었다. 자취방이 20년 이상 된 주택이다 보니 겨울이 되면 집이 추웠고,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햇빛이 잘 들지 않아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불편함도 있었다.

하지만,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어 더 넓고 햇빛이 잘 드는 집에 살 거라 생각하면 견딜 만한 어려움이었다.

서울에서 집 찾기
  
 시계는 11시 37분을 가리키는데 방은 여전히 어두컴컴하다.
▲  시계는 11시 37분을 가리키는데 방은 여전히 어두컴컴하다.
ⓒ 윤형

 

 
"[Web 발신] 축하드립니다. 귀하는 서울OO 행복주택 서류제출대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몇 주 전 서울에 사는 고향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서울시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행복주택의 '서류제출대상자'가 된 것이다. 최종적으로 선정이 되면 최대 3년간 시세보다 비교적 저렴한 신축 건물에서 거주할 수 있다.

그러나 부러움도 잠시였다. 친구는 신청자 3000명 중에 500명 6:1의 경쟁률을 뚫어 겨우 '서류제출대상자'가 되었지만, 주택의 공급 수량은 단 40호에 불과했다. 결국, 또다시 12.5:1의 경쟁률을 뚫어야만 한다. 확률이 희박하다는 걸 알지만, 당장 졸업 후에 살 곳을 생각하면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LH 전세임대주택, 행복주택, 역세권 청년주택 사이트를 수시로 드나들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친구가 보내온 문자 한 통. 친구는 행복주택 서류제출대상자가 되었다.
▲  친구가 보내온 문자 한 통. 친구는 행복주택 서류제출대상자가 되었다.
ⓒ 윤형

 

 
부모님이 서울에 오셨다 

연휴를 맞아 부모님이 서울에 오신 적이 있다. 자취방에 오시는 게 처음이라 청소도 깨끗이 하고 기다렸다. 기숙사에 살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부엌에서 커피라도 한 잔 끓여드릴 수 있고 함께 잠을 잘 수도 있었다.

집에서 나와 서울 지하철을 타고 서울 구경을 나섰다. 내가 일했던 시청역 근처의 공유 사무실-덕수궁-남대문 시장을 둘러보는 간단한 일정이었다. 사무실은 23층으로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에 있는데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사무실에 일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부모님은 창 밖으로 보이는 을지로의 키 높은 금융 회사 건물들을 한참을 쳐다보셨다.
 
 아버지의 뒷모습. 을지로의 높은 빌딩들을 바라보고 계신다.
▲  아버지의 뒷모습. 을지로의 높은 빌딩들을 바라보고 계신다.
ⓒ 윤형

 

 
밖에서 저녁을 먹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는데 아버지가 말했다.

"우리는 이제 그만 내려갈란다."

좁은 방이지만 모처럼 서울까지 오신 김에 당연히 주무시고 가실 줄 알았는데 당황스러웠다. 어머니의 만류에 결국 함께 잠을 잘 수 있었지만, 아버지는 자취방을 무척이나 답답해 하셨다. 집에 돌아와 얘기를 나누면서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니 사무실은 그 번화가에 있는데 잠자는 곳은 극과 극이잖아. 아침에 눈 뜨고 가방 메고 나가면 생활하는 곳은 정말 남들 볼 때 '저 사람 성공했네' 할 만큼 좋은 곳에 있는데, 마치고 퇴근하고 오면 이 좁은 단칸방에서 라면 끼리 묵고(끓여 먹고)... '내가 생활하는 곳도 내가 잠자는 곳도 번화가로 가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살면 좋겠다."

집이란 무엇인가
 
 하늘 아래 집은 많고 내 집은 없다.
▲  하늘 아래 집은 많고 내 집은 없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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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란 지금 내가 발을 딛고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잠을 자는 공간이다. 이 낯선 대도시에서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느라 지친 내가 혼자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최근 언론에서 주목하는 '종부세 폭탄', '2030영끌', '부동산대책XX…' 등의 기사들은 나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 

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겨두고 있다. 2월에 월세 계약이 끝나면 마지막 학기에는 기숙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과연 졸업 후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도 서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느 세대이든 청년들의 취업은 쉬운 적이 없다고 하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올해의 취업 구멍은 유난히도 좁아 보인다. 언제쯤 집을 소유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에 부모님이 서울에 올라오신다면 방이 두 개 있는 전세방에서 재워드리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윤형 기자
원문출처: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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