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산업은행, 아시아나항공 인수 놓고 ‘맞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구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의 협력 관계 구축이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회생을, 한진그룹은 경영권 분쟁 구도에서 든든한 우군을 얻게 된다.
▶굳이 복잡한 구조 택했다. 왜? =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방안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곧바로 대한항공에 넘어가는 방식이 아닌, 한진칼을 거쳐가는 방식이다. 먼저 한진칼이 산업은행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고, 그 대가로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이 한진칼로 넘어간다. 그리고 대한항공이 재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대한항공으로 옮겨지는 방식이다.
대한항공과 산업은행 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곧바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지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오히려 간단하다. 하지만 굳이 두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건, 이를 통해 산은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가의 가장 큰 고민은 경영권 분쟁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펀드(KCGI), 반도건설 등이 참여한 ‘3자 주주 연합’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다. 이미 한진칼은 3자주주연합 측 지분이 이미 조 회장 측 지분보다 많은 상태다. 조 회장 측으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산은으로서도 한진가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게 된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후 이대로 두면 아시아나항공 회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아시아나항공을 살리면서 대한항공을 인수전에 참여시키려면 산은으로서도 불가피한 카드인 셈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사될 경우 연 매출 15조원의 초대형 국적 항공사가 탄생한다.
▶대한항공에도 아시아나에도 ‘윈윈 = 경영권 분쟁을 떠나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산은 역시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경쟁 노선을 효율화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막힌 항공길이 언제 열릴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노선 정리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중장거리 노선에선 대한항공에 밀리고, 단거리 노선에선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실적 악화도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대한항공과의 노선 효율화 작업을 통하면 노선 효율화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수합병(M&A) 전문가들 또한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한항공에 인수되는 시나리오밖에 없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주요 컨설팅업체가 내놓은 최적의 방안이기도 하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처음 매물로 나왔을 당시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다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한 바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당시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 업체들은 하나같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야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PEF 운용사들이 일찌감치 인수전에서 발을 뺀 사례도 있다.

당시 컨설팅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운영 문제를 인수의 큰 걸림돌로 꼽았다. 항공기의 약 80%가 리스로 돼 있는데다 기종마저 다양해 운영 효율화 작업에 비용 및 시간이 너무 많이 투입된다는 게 골자다. 대한항공 규모의 대형 항공사가 나서서 사업재편을 단행하지 않는 한 경영 효율화 작업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최근 해외 항공사들 역시 항공사간 M&A를 통한 시장 재편이 활발하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콘티넨탈항공 인수, 중국동방항공의 상하이항공 합병, 루프트한자의 오스트리아, 스위스 항공사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게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사실상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한항공과의 시너지를 통해 초대형 국적사로 거듭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성미 기자 miii03@heraldcorp.com
원문출처: 헤럴드경제